면접관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지원자는 누구일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역량이 있어 보였던 지원자가 긴장해서 긴장해서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할 때이다. 자신감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꽤 괜찮은 대답이 될텐데, 부족한 자신감때문에 전달이 제대로 안되거나 의미가 애매하게 느껴진다.

면접관으로써는 지원자가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이런경우, 한번더 지원자에게 질문한다.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한번더 기회를 주면서, 확신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 과정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지원자는 한번 더 생각이 많아진다.

아마 지원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이전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해서 혹시 다시 물어보는건가?ㅠㅠ"

이 두번째 질문에, 지원자들은 더 긴장해서 첫번째 질문보다 나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 아쉽다. 정말

솔직히 면접관이 질문할 때, 무릎을 탁 칠만한 멋진 대답을 하는 지원자는 거의 없다. (가끔 있다!) 사회초년생인 지원자가, 실무자의 노하우와 생각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기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이야기 한다. 결국 대답은 어느정도 비슷하다.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나는,

혹시 본인이 자신감이 부족해 면접에서 계속 낙방한다는 분이 있다면, 꼭 이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대신 면접에 합격하는 사람중에서 나보다 월등히 좋은 해결책을 가져와 합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내용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그다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의 문제다.

나는 지원자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질문에 답할 때, 내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면접은 사상검증이나 학교시험시간이 아니다. 틀렸다고 해서 아무도 지원자를 해하지 않는다. 

지원자가 면접을 보고 나가면, 내 부족한 대답을 안주삼아 비웃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음 면접의 자소서를 잘 안보고 왔기 때문에, 그거 보기에도 바쁘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氣가 있다. 그리고 그 기는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중 하나이다. 똑같이 애매한 대답을 해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한 사람은 '긍정적인 기'가, 자신감없이 힘들게 대답한 사람은 '부정적인 기'가 흐를 수 밖에 없다. 둘중에 한명, 누군가는 무조건 뽑아야 한다고 했을 때 누굴뽑을지는 뻔하다. 

면접을 보는 그 시간동안, 지원자들이 기氣를 끝까지 잘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꼭 지원자들이 면접관들과의 기싸움에서 이겼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면접을 본다는 것도 결코 쉽지않은 큰 기회이기 때문이다.

작은 TIP 하나, 흥분은 금물.

자신감이 다소 부족한 지원자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쉽게 흥분한다는 것' 이다. 여기서 말하는 흥분은 화를 내거나 이런 것이 아니다.

바로 생각의 흥분이다.

긴장되는 면접 자리에서는 참 흥분하기 쉽다. 평소의 본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 그리고 작은 실수에 대한 만회, 어려운 면접 질문들이 겹치고 겹쳐 흥분을 만든다.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띄어야 하는데! 그게 도대체 뭔데!

내가 알고 있는거 다 이야기해야하는데!

아까 실수해서 얼른 만회해야하는데!

저 사람 (면접관) 질문이 뭔지 모르겠어! 어쩌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면 자연히 과부하가 걸리고 흥분한다. 근데 보통 이런 생각의 대부분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욕심을 부리면서 시작된다. 

특히, 내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누군가를 만들어 내는 지원자들. 평소에는 저음으로 말하는데, 열정적이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려 괜히 3번정도 톤을 올리시고 어색한 웃음을 보이는 지원자 분들이 꽤 많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면접관들은 항상 웃는 인상에 화려한 언변을 가진 A라는 사람도 좋아하지만, 담담한 얼굴에 화려하진 않아도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B라는 지원자를 좋아하는 면접관도 분명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다.)

굳이 내가 입사하지 않은 회사 분위기를 미리 짐작해 B라는 사람이 A인척 할 필요도, A라는 사람이 B와 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다.

보통 면접은 자리의 특성상 자신을 쇼잉하고 알리는 + 플러스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필요없는 것은 걷어내는 - 마이너스에 충실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면접에서 유독 잘 풀려서 말이 술술 나오는 날이 아니라면, 머릿속이 복잡해 미칠지경이라면 빼고, 빼고, 빼자. 다른 생각말고 내 톤대로 면접관이 물어봤던 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답변하자.

나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