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월드컵 분위기’를 미리 경험하는 건 여전히 도전자 입장인 아시아 축구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축구국가대표 ‘벤투호’는 지난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칠레와 A매치 평가전에서 황희찬(울버햄턴), 손흥민(토트넘) ‘두 프리미어리거’의 연속골로 2-0 승리했다.
앞서 2일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1-5 대패한 한국은 6월 A매치 4연전 중 두 번째 상대인 칠레를 잡으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단순히 결과를 떠나서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은 한 판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이자 최정예 멤버가 나선 브라질과 1.5군급이 뛴 칠레의 레벨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나, 경기 접근 방법과 선수의 심리 상태가 달랐다.
 | | 최승섭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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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전은 모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만원 관중이 들어차 웅장한 함성을 내뿜은 가운데 최정예 삼바 군단과 진검승부를 벌인다는 것부터 태극전사에게 강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보르도)처럼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정도나 이런 분위기에 일찌감치 적응해 제 플레이에 주력했을 뿐, 다른 태극전사는 브라질의 초반 강한 압박과 개인 전술에 허둥지둥하는 게 눈에 들었다.
특히 김민재(페네르바체)가 빠진 수비진은 상대 압박에 전진 패스 실수가 잦았고, 간결한 개인 전술과 번뜩이는 공격 타이밍에 페널티킥 두 개를 내주는 등 진땀을 흘렸다.
상대성은 있으나 수비서부터 공을 소유했을 때 여유를 품지 못하거나 예측이 가능한 패스가 잦았던 게 고전의 주된 요인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개인 기량을 떠나 심리적 요인을 찾는다.
현역 시절 당돌한 이미지였던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도 자신의 유튜브 ‘리춘수’를 통해 “어릴 때 브라질하고 한다면 겁먹었던 게 있다.
(지금) 선수들도 똑같은 감정을 지녔을 것”이라며 “너무 긴장하면 시야가 열리지 않는다.
실수가 많이 나오고 자기도 모르게 인터셉트 당한다”고 말했다.
 | 황희찬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전에서 열린 칠레와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대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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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바백신’을 맞고 난 뒤 칠레전에서는 초반 분위기가 달랐다.
칠레도 한국이 지향하는 후방 빌드업을 염두에 두고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다.
몇 차례 볼을 빼앗기는 실수가 나왔으나 브라질전과 다르게 당황하지 않고 금세 제 페이스를 찾으면서 전반 11분 만에 황희찬의 선제골이 나왔다.
특히 브라질전에서 수비진은 실수를 두려워하며 공을 잡았을 때 투터치 이후 패스하다가 빼앗기는 장면이 많았는데, 칠레전에서는 위험 지역에서도 과감한 원터치 패스, 방향을 바꾸는 롱 패스가 돋보였다.
시야가 트이니 패스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전술에서도 브라질전 흔적이 눈에 띄었다.
본선에서는 브라질만큼은 아니어도 강한 수준의 압박을 견뎌내야 한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 대신 손흥민을 원톱에 두고 황희찬, 나상호를 전방에 두고 속도감을 높였다.
여기에 원 볼란치로 브라질에서 고전한 정우영(알 사드)을 고려해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또다른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중원에 두고 활동량을 늘렸는데 공수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매우 큰 동력이 됐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통할 만한 ‘실리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3개월여 앞두고도 만원 관중이 들어찬 폴란드 원정 경기를 통해 ‘월드컵 수준의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월드컵을 경험한 선배들이 “딱 본선에서 이런 느낌이야”라고 후배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박주호 부상 등 변수가 발생하며 0-1로 지긴 했으나 초반 싸움을 대등하게 한 적이 있다.
브라질전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고, 오는 9월 A매치 역시 ‘실전 분위기와 수준’을 느낄 만한 매치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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