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성 감독이 연출한 <낭만적 공장>은 공장에서 만난 경비원과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에 관한 멜로드라마입니다.

전직 골키퍼 출신이자 보도방을 했던 복서(심희섭)은 인근 대단위 공장의 경비원으로 취직을 합니다. 복서는 전날 부둣가에서 홀로 있던 복희(전혜진)를 오토바이로 태워준 적이 있는데 그녀를 이 공장에서 다시 만납니다. 그녀는 이 공장의 직원이자 자신의 직속 상사인 황반장(한승도)의 아내입니다. 하지만 복서는 그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복서는 축구를 그만둔 이유가 심장을 다쳐서인데 복희를 보는 순간 그 심장이 다시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그녀가 폭력적인 남편인 황반장의 아내라는 것에 더욱 더 가슴 아파합니다. 같은 조인 낙봉(박수영)의 도움으로 복희 와의 만남이 잦아집니다. 하지만 선을 넘는 일은 없죠. 복희도 이를 느끼고 매일 같이 찾아오는 복서를 만나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도박을 좋아하는 황반장이 큰 사고를 치면서 복희도 잠적해버립니다.

지방 소도시의 한 공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불륜'이라는 키워드가 있는 작품이지만 최대한 이 요소의 자극성을 배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후반부에 황반장의 폭력성과 더불어 복서가 응대하는 장면은 꽤 관습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전개 과정은 마치 첫사랑을 남녀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식당에서 서로를 몰래 바라보는 복희와 복서는 꽤나 사랑스럽습니다.

복희와 복서, 그리고 황반장이 집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복희는 복서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복서는 대한민국 최대의 보도방 사장이 되겠다고 합니다. 물론 거친 성격의 황반장에게 꿀리지 않을 생각으로 내지르는 복서지만 이내 후회하고 진정 꿈이 없던 그가 복희로 인에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내고 영화 후반부엔 이를 이루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의 명대사인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요'가 떠오르는 모습을 복서는 보여줍니다.

불륜이라는 요소가 영화에서 꽤 중요한 모티브가 되지만 심희섭과 전혜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미워할 수 없는 낙봉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유머가 꽤나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살짝 아쉬운 점은 공장에서 대부분의 로케이션이 진행되는데 공장 내부에서 무슨 작업이 진행되는지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독립영화로서 시간과 자본의 문제 때문에 아마도 실행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다녔었던 공장을 배경으로 찍은 이 작품은 낙봉을 비롯한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하던데 꽤나 영화적으로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생각됩니다. 제목처럼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그 낭만을 위해선 많은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