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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승리' 정찬헌 "바닥부터 다시 시작…100이닝 소화로 자신감"[SS스타]
기사작성: 2020-12-03 13:16:01
LG 트윈스 정찬헌이 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8로 뒤진 7회 이닝을 끝내며 덕아웃으로 향하고있다.
2020.11.0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반신반의했다.
일상생활 복귀조차 힘든 수술을 두 차례나 겪었다.
무엇보다 수술 후 마운드로 돌아온 투수가 전무했다.
선수 본인도 한 때는 걷는 것 조차 힘들어진 현실과 마주하며 좌절했다.
하지만 야구의 신이 그에게 준 것은 ‘시련’ 만은 아니었다.
11년 만에 선발투수로 전향했고 대반전을 이뤘다.
LG 우투수 정찬헌(31)에게 2020년은 절망을 극복하고 거대한 희망을 꽃피운 한 해였다.
많은 것이 변했다.
경기 후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그가 이제는 시작을 알리는 공을 던진다.
팔높이가 내려왔고 구속도 줄었다.
그럼에도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2020시즌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스탯티즈 참고) 1.48로 입단 후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실제 가치는 숫자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투수 한 명과 토종 에이스가 동반 부진했고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정찬헌이 있었기에 LG 선발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꾸준한 활약으로 연패를 끊었고 시즌 막바지에는 등판 간격도 줄인 채 마운드에 섰다.
두 차례 대형 디스크 수술을 받고도 세계 최초로 재기한 투수가 된 정찬헌이다.
LG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 역시 올해 MVP로 정찬헌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찬헌이의 성공은 순전히 찬헌이 본인의 땀과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흉추 수술을 받고 다시 던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없는 사례”라며 “끊임없이 노력한 찬헌이, 그리고 찬헌이에게 힘을 불어넣어준 가족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LG 차명석 단장 또한 시즌 중 정찬헌을 향해 “그야말로 인간승리다.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것을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정찬헌은 올해 19경기 110.1이닝을 소화하며 7승 4패 평균자책점 3.51로 활약했다.
개막을 앞두고 5승·100이닝 이하를 목표로 세웠는데 이를 초과 달성하며 수준급 선발투수로 올라섰다.
정찬헌은 지난 2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일어선다는 기분으로 시즌을 맞이했는데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 해가 됐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막막했다.
선발투수로 풀시즌을 치러본 적이 없고 몸상태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임)찬규, 윌슨, 켈리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트레이닝 코치님들과도 상의하며 나 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했다”며 “중간투수였을 때는 많이 던져야 60이닝 정도였다.
그래서 100이닝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100이닝을 넘게 던졌고 팀에도 도움을 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이라는 숫자가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나는 조금씩 더 건강해 질 것이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겼다”고 말했다.

활약 요인은 뚜렷했다.
예전처럼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6가지 구종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포심 투심 컷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모든 구종을 흡사한 릴리스 포인트로 던지며 타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정찬헌은 “솔직히 첫 2, 3경기까지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경기 후 데이터분석팀에서 늘 칭찬해줬다.
‘래퍼토리와 코스가 정말 다양하다.
터널링도 좋다.
구속은 비슷한데 다른 구종이 많아서 타자 입장에서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 또한 경기를 치르면서 내 투구가 통하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LG 정찬헌이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와 LG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0. 10. 24. 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찬헌은 트래킹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부터 터널링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타자들이 왜 내 커브에는 반응하지 않는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2015년 루카스가 우리 팀에 왔는데 루카스는 패스트볼과 커브의 릴리스 포인트가 비슷했다.
타자들이 스윙도 많이 했다.
당시 터널링이라는 개념도 몰랐지만 나도 루카스처럼 패스트볼과 커브 포인트를 맞춰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다른 구종도 포인트를 비슷하게 하는데 집중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그리고 선발 등판 전 불펜피칭시 늘 트랙맨으로 나온 포인트를 체크한다”며 “타자들이 커브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커브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는 커브를 존에 넣을 때와 결정구로 떨어뜨릴 때 감각 같은 게 자리잡았다.
팬분들도 내가 커브가 되는 날에는 쉽게 간다고 하시는데 팬분들의 말이 맞다.
커브가 참 좋은 구종이다”고 미소지었다.

얻은 것은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 뿐이 아니었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찾았다.
보통 열흘 휴식 후 선발 등판했지만 정규시즌 막바지에는 6일 휴식,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5일 휴식 후 등판했다.
정찬헌은 “투구 다음날 통증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팔꿈치는 괜찮다.
허리 근육통이 있는데 근육통은 빠지고 나면 괜찮아진다.
투구 감각도 그렇고 기록적으로도 등판 간격이 짧을 수록 더 좋았다”며 “김용일 코치님과도 다음 시즌 목표를 올해보다 높게 잡았다.
올해 19경기 나왔는데 내년에는 22경기 정도 보고 있다.
정상적으로 로테이션 돌다가 휴식하는 방향으로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LG 트윈스 정찬헌이 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8로 뒤진 7회 이닝을 끝내며 덕아웃으로 향하고있다.
2020.11.05.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어느덧 프로 14년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
여러모로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입단과 동시에 보직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혹사 논란과 마주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 이전에는 팔꿈치 수술도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마무리투수로 승승장구하다가 허리 디스크 재발로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과거를 향한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정찬헌은 “주위에 고마움을 전할 분들이 정말 많다.
먼저 와이프에게 고맙다.
수술 후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넘어진 적이 있다.
그래도 와이프는 늘 긍정적으로 나를 바라봐주고 인내해줬다.
‘물론 야구가 소중하지만 야구를 못해도 우리 가족의 가장이니까. 하린이 아빠니까 나는 괜찮다.
난 좋다’며 늘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도와줬다.
김용일, 이권엽, 박종곤 컨디셔닝 코치님께서 건강은 물론 멘탈도 잘 잡아주셨다.
많은 분들 덕분에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비활동기간이자 휴식기지만 이미 2021시즌에 돌입했다.
정찬헌은 “더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매일 훈련하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늘 좀 더 조절하면서 하라고 하는데 욕심이 좀 앞선다”며 “어느덧 내가 용택 선배님 다음으로 LG에 오래있는 선수가 됐다.
올해는 아쉬웠지만 목표까지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팀 전력도 100%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몇 년이 기회라고 본다.
내년에는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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