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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취재기] 직접 먹어본 5·18 주먹밥 그리고 황교안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9주년인 18일 기념식이 열린 광주 민주 묘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주먹밥. /이원석 기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9주년인 18일 기념식이 열린 광주 민주 묘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주먹밥. /이원석 기자.

정치적 변질만 없다면 광주의 오월은 희망적이다!

[더팩트ㅣ광주=이원석 기자] 광주 민주 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 운동 39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자원봉사자들이 주먹밥을 나눠줬다. 김으로 투박하게 감싼 밥과 단무지가 전부였지만, 함께 나눠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정신없이 먹었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 내려오느라 공복인 상태였다.

투박한 이 주먹밥이 5·18 정신을 뜻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39년 전, 광주 시민들은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계엄군에 대항했다고 한다. 지난 2017년 인상 깊게 봤던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영화 '택시 운전사' 속 시민들이 주먹밥을 나누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래서 조금은 퍽퍽한 주먹밥이었지만, 아주 맛있게 감사히 먹었다.

사실 27년을 살며 '광주의 오월'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광주에 대한 경험은 지인 장례식장 참석을 위해 약 2시간가량 머물렀던 것이 전부였다. 이전까지 광주의 오월은 온통 간접적인 경험들뿐이었다.

이날 광주 송정역에서 내려 민주 묘지로 이동하기 위해 탄 택시 기사님으로부터 39년 전 이야기를 조금 들을 수 있었다. 기사님은 당시 대학생이었고, 서울에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 몇몇이 그때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덤덤하게 말하다가도 감정이 복받쳤는지 기사님은 잠깐씩 말을 멈췄다 다시 이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기사님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과 황교안 대표의 이날 기념식 참석에 대해 크게 분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황 대표의 방문은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인들 대부분이 39년 전 그날을 정치적 의도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의 방문은 이날 기념식의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보름 전 광주를 찾았다가 물세례를 당한 황 대표는 이날 기념식 참석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한국당은 여전히 5·18 망언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5·18 특별법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제자리다. 이 상태로 광주를, 그것도 5·18 기념식을 다시 찾는다는 건 보름 전과 같은 상황에 처해지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기념식장으로 겨우 이동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 /남용희 기자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기념식장으로 겨우 이동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 /남용희 기자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지역감정을 조장해 '집토끼'를 결집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단 분석도 나왔다. 그러기 위해선 오히려 광주에서 봉변을 당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실제로 이날 황 대표로 인해 기념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황 대표에게 분노한 시민들은 그에게 물을 뿌리고, 물건을 집어 던졌다. "감히 어디라고 여길 오냐"는 비난과 욕설이 황 대표에게 쏟아졌다.

거센 반발을 예상하고도 기념식을 찾은 황 대표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좀 씁쓸했다. 이날 시민들과 주먹밥을 통해 느낀 것은 39년 전 광주의 오월은 여전히 그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엔 고통스러운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아빠가 이곳에 오신 뒤로 매일 엄마가 우세요. 우리도 아빠가 보고 싶어요." 한 묘비에 적힌 가족의 편지가 마음을 찔렀다. 많은 희생이 있었다. 누군가의 부모, 자녀, 친구였던 이들이 그들 곁을 떠나야 했다. 이를 정치적 의도로 삼는다는 것은 매우 비겁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황 대표가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해 쫓기듯 떠난 뒤 민주 묘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움을 되찾았다. 남녀노소 시민들이 나와 희생된 이들을 추모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마치 하늘이 눈물을 흘리는 듯 내렸던 비도 뚝 그쳤다. 슬프지만은 않았다. 정치적 변질만 없다면 광주의 오월은 희망적이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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