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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퇴근 후 카톡 금지법' 국회 문턱 '못 넘는' 이유는?

정부가 지난 3일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이후 정치권도 잇따라 입법에 나섰다. 지난 6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보이콧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이새롬 기자
정부가 지난 3일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 이후 정치권도 잇따라 입법에 나섰다. 지난 6월 20일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보이콧에 들어간 상황에서 한 의원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30대 직장인 김 아무개 씨는 '퇴근은 없다'고 말한다. 밤낮없이 울려대는 직장 상사의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업무 지시 때문에 항상 휴대전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해서다. 여름휴가 때도 예외는 없다. 이는 비단 김 씨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상당수 직장인들은 퇴근 후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호소한다.

이에 따라 최근 문재인 정부는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3일 고용노동부는 근무시간 외에 카카오톡 등 메신저, SNS,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 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직장인의 63%가 SNS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고 ,스마트폰과 회사 이메일을 연동해 사용하는 비율도 36%에 이르렀다. 또 조사대상 근로자의 58.6%가 퇴근 이후에도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67.0%는 휴대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휴일과 퇴근 이후에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바로 정치권도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입법에 나섰다. 국민의당 이용호·손금주 의원은 지난 4일과 7일 잇따라 근로시간 외 시간에 카톡 등을 통한 업무지시 금지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 의원은 '정당한 사유에 따라 근로자에게 전자적 전송매체 등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경우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안 제6조의2 신설 등) 했다. 손 의원은 '취업규칙 작성 시에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업무 지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안 제55조의2 신설, 제93조제1호, 제116조제1항제2호) 했다.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의 노동법적 문제'(김기선, 2016.6)./의안정보시스템, 환노위 검토보고서
'스마트기기 업무 활용의 노동법적 문제'(김기선, 2016.6)./의안정보시스템, 환노위 검토보고서

그러나 해당 법안의 현실 집행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이미 지난해 6월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실성 논란에 부딪혔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사용자가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SNS 등을 이용해 근로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인간 존엄에 반하지 않는 근로 조건 보장 등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려하는 것(안 제6조의2 신설)"이라며 조항 신설을 시도했다.

신 의원의 법안 발의 후 고용주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취지엔 공감했지만 법으로 규제하기엔 현실적으로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규제 대상을 상사에만 한정할 것인지, SNS로 업무지시를 한 사실 확인 방법, 업무 특성상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특정 업종의 경우 제외 여부, 처벌 조항 등 세부적 조항을 놓고 찬반 논란이 빚어졌다. 현재 신 의원의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돼 계류 중이다.

때문에 이번 이·손 의원의 법안 발의 역시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 환노위는 신 의원의 입법 검토 보고서에서 "최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근로시간 외 업무지시가 만연하면서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휴식시간을 업무시간과 철저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노위는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해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 연락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 조항의 집행가능성이 낮다는 점 및 사용자가 아닌 상급 근로자가 하급 근로자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행위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 현실적 집행 가능성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노동계 등은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더팩트DB
정치권과 노동계 등은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더팩트DB

이와 관련해 A기업 관계자는 "법으로 금지한다고 야간에 카톡 지시가 사라지겠느냐"고 반문하며 "업무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 적용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B의원실 관계자도 "국회의원이나 기자들도 업무 특성상 24시간 대기하며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위계서열이 뚜렷한 한국 문화상 상관에게 법을 들먹이며 'NO'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법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법 규제 이전에 직장문화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과 노사 간 충분한 합의를 통해 각 사업 분야의 성격에 맞는 법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LG유플러스·이랜드·CJ그룹 등 일부 대기업은 심야 시간과 휴일에 업무 지시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퇴근 후 근로자에게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법안을 시행 중이다. 다만 퇴근 후 불가피하게 연락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노사 간 합의한 방식을 따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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