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
광활한 무대 위 '여명의 눈동자', 생생한 에너지는 그대로[NC리뷰]
기사작성: 2020-02-17 03:18:51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더 넓어진 무대만큼 더욱 깊어진 감동을 안고 돌아왔다.
여전히 이념 대립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 한복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광활한 무대를 가득 채우는 가슴 아픈 역사는 이를 잊고 지냈던 현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연출 노우성, 제작 수키컴퍼니)는 1991년 방영 당시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국민 드라마'로 기억되는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여옥, 대치, 하림의 지난한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담아냈다.



작품은 여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1막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참상을 그려내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겪은 여옥의 안타까운 삶을 무대 위에 펼쳐내며 보는 이의 분노를 들끓게 했다.
2막은 해방 이후, 특히 '제주 4.3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뤄 이념 대립의 비극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3월 처음 관객을 만난 '여명의 눈동자'는 당시 투자 사기 등 우여곡절 속에서 공연을 올렸다.
이로 인해 무대 설치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무대와 객석이 나뉘어 있는 보통의 공연이 아닌 무대에 객석을 만드는 '런웨이형 무대'를 도입했다.
대극장 뮤지컬에서는 파격적인 시도였기에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여명의 눈동자'는 '런웨이형 무대'가 선사하는 에너지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


이번 재연에서는 경사 무대와 철조망, 재판장 등 극 중 배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무대 세트는 물론 감각적인 영상·조명 사용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채웠다.
이는 더욱 현실적으로 서사를 그려내며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런웨이형 무대'의 압도적 에너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재연의 '정식 무대'가 다소 아쉽게 다가올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 무대 역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배우가 등장하는 등 초연이 선사했던 '생생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초연에 이어 또 한 번 여옥을 연기하는 김지현은 캐릭터와 하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름 돋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였다.
그는 힘든 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여옥의 삶을 공허한 눈빛으로 표현해 강한 울림을 안긴 것은 물론, 희망과 고통을 오가는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있게 펼쳐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혔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뿜어내는 감정은 3000석에 달하는 세종문화회관 객석을 가득 채웠다.


지난 시즌 하림을 연기했던 테이는 대치로 돌아왔다.
그는 다소 과장된 연기 톤으로 캐릭터를 그려냈고, 이는 오히려 시대적 배경을 더욱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줘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하림 역을 맡은 이경수는 탄탄한 캐릭터 구축은 물론,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극 중 하림의 메인 넘버인 '행복하길'을 부를 때는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을 정도였다.



40여 명에 달하는 앙상블 배우는 '여명의 눈동자'의 진짜 주인공이다.
매 장면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배우들은 군무와 합창으로 객석을 압도했고, 시대의 아픔을 외치는 장면에서는 우리 민족의 처절한 한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한편 '여명의 눈동자'는 오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복사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news_broadcast&no=94499 ]

추천 0

다른 의견 0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댓글은 삼가주세요. (이미지 넣을 땐 미리 보기를 해주세요.)
직접적인 욕설 및 인격모독성 발언을 할 경우 제재가 될 수 있습니다.
- 미리보기
이모티콘  익명요구    다른의견   
△ 이전사진▽ 다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