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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포럼 입니다.

등산, 트래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입니다.
카메라 도둑맞은 10.7~8 설악산행기 입니다. 81
분류: 산행후기
이름: 마운틴고릴라


등록일: 2018-10-09 21:28
조회수: 9157 / 추천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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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운틴고릴라입니다.

10월 7일~ 10월8일 소청대피소 예약, 1박2일로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연이 많은 산행이 되었습니다.

 

출발전날 급 마음이 동하여 바로 소청대피소를 예약하고, 등포에 설악산 조언을 구하는 글도 올리고, 등포분들의 좋은 조언을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제가 헬스장에서 그룹PT를 받고 있습니다... 

트레이너에게 "내일 설악산을 가기로해서 오늘 운동을 쉬겠습니다." 라고 말하니

"그럼 등산가시기전에 워밍업으로 간단한 운동만 시켜드릴테니 나오세요~" 라고 하셔서 나갔습니다.

나갔더니 그날 하체운동으로 프로그 점핑스쿼트 라는걸 오지게 시키더군요......

말그대로 쪼그려뛰기 입니다. 속았습니다... 그걸 또 시키는대로 한 저도 멍청합니다..

산행 전날부터 허벅지 근육을 탈탈 털렸습니다.

 

출발하는날! 등포님들의 조언 중, 하이하이룽 님께서 새벽에만 춥고, 낮엔 더울수 있다 하셔서 긴팔에 반바지를(...) 입고 출발했습니다.

제가 원래 땀쟁이인데다가 동서울까지 가는 지하철에서 꽤 더웠기에 처음엔 굿초이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반바지를 입었음에도 땀이 나기에 '반팔도 입을걸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허허...

그리고 운좋게도 한계령 가는 첫차 자리가 나서 6시30분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버스에 계신 분들이 전부 거무죽죽한 두터운 등산복을 입고... 거의 겨울산 가는 복장이었거든요.

저혼자 샛노란 얇은 집업티에 새파란 반바지... 사람들이 저를 힐끔힐끔 보는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느덧 한계령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렸는데... 음...?!?! 기온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한계령은 차디찬 칼날바람이 불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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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롱패딩 입으신 분도 있었......

 

주변 사람들이 전부 '저사람은 뭐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봤고 얼떨결에 강추위에 반바지입은 상남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이때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잘못입었구나....

새벽에 잠깐 입으려고 챙겼던 긴바지를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었습니다.

 

같은버스를 탔던분들 중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배낭마저 아크테릭스를 입으신 분이 계셨는데, (신발은 잠발란)

혹시 등포분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이분이랑은 소청에서도 다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오전 9시 10분쯤 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데, 안개가 자욱히 끼어있었습니다.

단풍은 예뻤으나 배경은 전부 도화지... 

시각적으로는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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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단풍의 색감과 모습은 사진보다도 훨씬 더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고 눈으로만 담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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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데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설악산의 웅장한 자태가 얼핏얼핏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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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단풍과 화려한 등산객들...

이날 특이하게도 경상도쪽 산악회에서 많이 오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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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걷히고 배경이 도화지가 아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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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은 언제와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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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삼거리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습니다.

옆에서 식사하시는 어떤 등산객분께서 "설악산 멋지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과장된것같다. 별로 멋지지도않다." 라고 투덜투덜 대시더라구요..

반어법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이 삭막하신분인듯 했습니다... 

저는 들리지않는 작은 목소리로 '이쁘기만하구먼..' 하고 투덜댔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여자친구 외모를 비하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나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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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쾌청하니 맑습니다.

 

한계령삼거리를 조금지나서 부터, 허벅지에 지독한 고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00m쯤 가서 쥐가나서 주저앉고... 쉬다가 100m쯤 가서 또 쥐가나고...

전날 PT해준 트레이너를 향해 욕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온 다리가 아프고 온몸이 아픈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아직 절반정도밖에 오지 않았는데 몸이 정상이 아니라서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덕분에 경치구경은 실컷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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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웃는게웃는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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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까지 오를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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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에서 중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버스에서부터 눈에띄었던 아크테릭스 입으신 등산객분을 다시만났습니다.

서로 혼자오셨나요? 하면서 한두마디씩 나누다가 알고보니 같은 소청대피소에서 1박 예정이시라 하셔서 같이가서 같이 저녁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있어보이셔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따라갔습니다.

저는 산에서 마주치는 분들중에 형님,누님이라고 부르기엔 나이가 더 많아보이는 분들을 선배님이라고 부릅니다.

저보다 등산 선배님이라는 의미로요. 

 

선배님께 버스에서부터 아크테릭스를 입으셔서 눈에 띄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선배님도 제가 반바지 입어서 눈에 띄었었다고 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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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에서 소청가는길목에서 보이는 풍경입니다. 공룡능선과 저멀리 울산바위도 보이고 속초시내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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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오다보니 오후 4시쯤 소청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런곳에 대피소를 만들다니... 정말 풍경이 기가막혔습니다.

대피소 예약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선배님과 저녁식사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혼자 간단히 먹을 생각으로 라면과 알파미만 준비해갔는데...

선배님은 다른사람과 나눠먹을 생각으로 고기와 과일과 간식 등등을 넉넉히 준비해 오셨었습니다.

그 선배님 덕분에 저는 고기와 과일을 배부르게 얻어먹었습니다.

 

대피소를 혼자 오더라도 타인과 교류할것까지 챙기신 모습을 보니, 저혼자만 생각하고 산에 온 저 스스로가 많이 창피했었습니다.

 

바람에핀찔레꽃님의 조언대로 직원분께 "혼자왔으니 1인실같이 생긴곳을 주세요~" 라고 말씀드리니, 저와 선배님을 계단 위,아래 로 주셨습니다. 진짜 혼자쓰기에 넓찍한 좋은 자리였습니다.

 

선배님과 같이 후식을 먹으며 다음날 계획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원래는 대청봉을 갔다가 공룡능선을 탈 예정이었고,

선배님은 아침일찍 백담사쪽으로 하산하실거라 하셨습니다.

공룡능선쪽 보다는 백담사 가는길이 단풍이 훨씬 예쁠것이라는 말씀에 혹하여, 그리고 제 다리상태도 정상이 아니었으므로, 대청봉 갔다가 백담사로 하산하는걸로 계획을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찍 잠들었고 아침일찍 선배님께서 같이 아침식사를 권유하셔서 같이 밥을먹으러 나갔습니다.

 

문제는 이때 발생했습니다. 

식기도구를 챙기며, 제 짐이 있는 선반위에 있던 카메라가 반짝거리는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은색이었거든요.

에이 설마 훔쳐갈까.. 싶었지만 너무 반짝거리는것이 신경쓰여서 모자로 덮어놓고, 선배님을 따라 취사장에 가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아침밥을 먹는 도중, 일출시간이 다가왔고, 저는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찾으러 자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덮었던 모자를 들췄는데, 으잉...? 카메라가 없어졌습니다.... 식기도구 챙길때까지만 해도 있던것이말이죠...

혹시나 싶어서 가방을 뒤집어 탈탈 털어도 보고, 주변을 수색해봤지만 없었습니다. 누가 고의로 가져간것이 분명했습니다.

바로 옆침상 사람들은 카메라가 없어질때까지도 세상모르고 주무시고계셨고 제 생각엔 카메라를 훔친 범인은 훔치자마자 대피소를 떠났을것이라고 생각듭니다.

카메라가 없어지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당황스럽고 황당하여 어찌할바를 모르겠더군요..

아침밥을 같이먹던 선배님께서 저를 일단 진정시켜주시고, 직원분들을 불러서 사정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직원분들도 깜짝 놀라시며 "여태 여기서 이런적이 없었는데..." 하시며 카메라 분실신고가 들어왔다는 방송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뭐... 훔쳐간사람이 다시 나타날리가 없겠지요... 

 

카메라를 왜 거기다 놨을까... 왜 가방에 넣지 않았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회일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잠들기전에 사진을 폰으로 백업해뒀다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님께선 저를 잘 달래주시며 좋은 경험 했다고 치고 나중에 일이 잘 풀리면 더 좋은기기로 사라고 조언해주셨고, 

저도 어느순간부턴 '다음엔 무슨기종으로사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원래 아침식사까지만 선배님과 함께하고 헤어질 생각이었지만,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김이 빠져버려서 저도 그냥 선배님을 따라 백담사로 하산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대청봉은 언제나 그대로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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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수습하고 그나마 폰카메라로 찍은 소청대피소에서의 일출사진입니다.

 

결론적으로.. 대청봉을 가지 않고 선배님을 따라서 일찍 하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시간이라 사람도 적었고, 햇빛도 딱 좋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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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없어지고 나니 찍을사진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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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뒤라서 수량도 풍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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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진짜 실제로 보면 입이 떡 벌어질정도로 예뻐서 한참을 쉬다 갔습니다. 흐르는 물에 세수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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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엔 사람이 매우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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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길을 따라서 선배님과 쉬멍놀멍 걷다보니 백담사에 도착했습니다.

물에 발도 담그고 나머지 행동식도 먹어 치우니 기분이 정말 상쾌했습니다.

물 온도가 정말 짜릿할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백담사에서 용대리 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서 터미널까지 1km정도 걸어간것 같습니다.

1시50분쯤 터미널에 도착했고 2시버스가 있었지만 3시버스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하산주를 마시기 위해 터미널 바로 뒷편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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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사이다 좀 섞어서~ 두루치기와 함께 크으~

이 기분 아시죠?

 

우연히 버스에서부터 마주친 아크테릭스 입으셨던 등산선배님과의 인연...

그 좋은 인연에 비하면 카메라 잃어버린것은 뭐 아무것도 아닐겁니다. (안잃어버렸다면 더 좋았겠지만요)

사실 그 선배님과 등포이야기를 안꺼내서 그렇지, 등포 회원님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실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분 아니었으면 아마 마주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풍광도 못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고, 그분 덕분에 저의 깊이가 한층 더 성장할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산에서 마주치는 인연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언젠가는 또다시 산에서 마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서울로 다시오니 덥네요...

본 게시글은 작성자에 의해 2018-10-09 21:39:28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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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용준아빠 / 카메라 들고간 잡넘 꼭 일찍 숫가락 놓기를 기원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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